2010년 6월 26일 토요일

황수민 10번째 생일 편지











항상 아빠의 자랑인 아들 황수민이에게.
 
황수민. 너의 10번째 생일을 아주 많이 축하한다. 네가 태어나는 날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었는데,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오늘은 정말 덥구나. 학교는 잘 다녀왔겠지.
 
요즘 월드컵 경기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잖아.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처음으로 원정에서 16강에 진출했기에 사람들이 더욱 신 나 있어. 이렇게 기쁜 시기에 네 생일이 있어 더욱 즐겁구나.
 
너의 생일을 맞이하여 네게 무슨 말을 해줄까하고 고민을 좀 했어. 아빠가 서울에 있는 동안 네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를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메모를 해두었단다. 그것 위주로 얘기하려해.
 
아빠는 늘 우리 가족 모두에 대한 각각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곤 해. 10년, 20년 후 너의 모습은 어떨까? 키와 덩치에서 아빠보다 훨씬 크고 멋진 청년이 되어 있겠지. 힘도 아빠보다 세고 말이야. 또 멋진 직업을 갖고 세상 사람들에게 작지만 조그마한 도움을 베푸는 사람, 우리나라가 세계 속에서도 당당할 수 있게 힘을 보태고 있는 청년으로 자랐겠지. 너도 알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진짜로 행복하잖아. 상상만으로도 아빠보다 훨씬 멋진 너의 모습을 상상하니 아빠 입술에 씽긋 웃음이 돋는구나.
그런데 여기에 아주 중요한 것이 있어. 뭐냐 하면 이렇게 도움을 베푸는 멋진 사람은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이루는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거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시도하고 노력해야 이루어 지는 거야. 아빠가 아는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 “미래를 예측하지 말라. 미래는 현재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즉 현재 시점에서 노력하지 않으면 더 나은 미래, 네가 꿈꾸는 미래는 단지 잡을 수 없는 무지개, 말 그대로 꿈일 뿐이라는 거지.
 
아빠가 너에게 가끔 이런 말을 한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네 자유야”
이렇게 말을 하면 넌 즉시 집에서 뛰어다니거나 네가 보고 싶은 TV를 보거나 심지어 공부도 하기 싫다고 안하잖아. 그러면서 넌 꼭 이렇게 말하지. “아빠가 내 마음대로 하라며. 이건 내 자유야”라고.
그런데 그건 엄밀히 말해서 ‘자유’가 아니란다. 사람들은 그것을 ‘방종’이라고 부르지. 그러면 자유와 방종은 무슨 차이일까? 자유는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고 말하고 그것에 책임을 지는 것이지. 어떤 형태의 자유를 실천하느냐에 따라 자유가 될 수도 있고 방종이 될 수도 있지.
예를 들어 네가 밥을 먹기 싫다고 안 먹었다고 치자. 그러면 네가 배가 고프잖아. 네가 밥을 먹지 않으면 배고픔을 느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음에도 네 의지대로 밥을 먹지 않는 것은 네 자유야. 그런데 네가 친구 밥을 빼어 먹으면서 ‘내 자유다’라고 하면 안 되는 거야. 친구에게 피해를 주잖아. 사람들은 자유라는 말을 정말 좋아하지. 그래서 올바르지 않고 정정당당하지 않는 행동을 ‘자유’라는 단어로 포장하는 것을 싫어해. 왜냐하면 자유는 그런 나쁜 것으로부터 지켜야할 정말 소중한 것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잘못된 자유를 진정한 자유와 구분되게 방종이라는 말을 쓰는 거지.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 아빠가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 ‘내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빠의 자유다’라고 말하면 어떻게 되겠어? 이것은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방종이지. 그러면 돈이 없어서 많이 불편할거야. 이렇게 자신의 위치에서 할 일은 제대로 하고 남는 시간에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란다. 그러면 수민이에게 자유는 어떤 것일까? 어떻게 해야 할까?
 
수민아. 아빠가 네게 ‘수학을 열심히 해’라고 하잖아. 그러면서 나로호가 실패한 것도 수학을 못해서 그렇다고 말하잖아. 왜 이렇게 수학이 중요한 것 일까? 계산기로 계산하면 다 나오는데 말이야. 이런 의문이 들었었지?
수학은 네가 한글을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야. 왜냐하면 수학은 논리위에 세워진 탑이기 때문이야. 논리는 쉽게 말해서 상식이지. 의자가 하나있고 사람이 두 명 있는데 누군가가 ‘모두 의자에 앉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잖아. 이 경우 의자가 하나 더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수학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거야. 수학은 돌탑 쌓기와 비유될 수 있어. 돌탑 쌓기를 할 때 돌을 하나씩 가져다가 차곡차곡 쌓으면 멋진 돌탑이 되잖아. 나로호가 실패한 것은 차곡차곡 탑을 쌓아야 하는데 한꺼번에 쌓으려고 하다 보니 튼튼하고 꼼꼼하게 탑을 쌓지 못해서 그런 거야.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생각을 끈을 연결하다보면 수학이 재미있는 과목이 될 것이고, 네가 좀 더 멋진 어른으로 자라는데 많은 도움을 줄 거야.
 
수민아!
마지막으로 이젠 네가 초등학교 3학년이잖아. 이젠 학교생활 중 네가 엄마에게 물어보고 결정할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스스로 결정하고 나중에 집에 와서 엄마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 설명을 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해. 혹시 엄마때문에 또는 방과 후 일정 때문에 주저하다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해. 스스로 당당하게 행동하고 알지?
 
황수민. 건강하고 늘 웃고 열심히 하는 너의 모습이 너무 고마워. 앞으로도 늘 그렇게 자라줘. 알았지?
11살이 되는 내년에는 아빠가 무슨 말을 쓸까 벌써부터 궁금해지네.
편지를 다 쓰고 보니 너무 어렵게 쓰지 않았나 약간 걱정이 되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나중에 좀 더 커서 읽어봐. 알았지.
 
안녕.
2010년 6월 25일(이날은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난 날이기도 하지)
월드컵이 한창일 때 아빠가 아들 황수민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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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s://guideyou.tistory.com/entry/%EC%82%AC%EC%A7%84-%ED%81%AC%EA%B8%B0-%EC%82%AC%EC%A7%84-%EC%9D%B8%ED%99%94-%EC%82%AC%EC%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