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6일 수요일

이 뽑는 날


딸아이가 이를 뽑는 날이면 우리 집은 모두 긴장 상태로 들어선다.
긴장의 원인은 딸아이도 약간 무서워하는 것도 있지만 이를 뽑는 나의 실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 안쪽에 있는 이는 치과에 가서 뽑는다. 그러나 부지불식간에 흔들려서 맛있는 것 먹을 때 흔들이는 이는 내가 뽑는다.

나는 내가 옛날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실을 묶어서 뽑니다. 그제도 똑같이 했다.
내 모습을 본 아들이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4번 정도 해야 될걸"

아내가 한마디 한다.
"뽑히는 딸보다 아빠가 더 떨고 있으니 잘 될 리 있나. 여의치 않으면 치과가자"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조심스레 흔들리는 이에 실을 묶는다. 두 번을 묶었다. 이번에는 한 번에 뽑고 말리라 다짐한다.
딸아이는 누워서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자 뽑는다."
스르르.
실이 이에서 빠져버렸다.
두 번째 시도도 실패했다.
세 번째 시도도 실패했다.

세 번째 시도가 실패로 끝나자 모두들 포기하는 기세다. 아내도 일어나 가버린다.
"수민이가 말한 것처럼 4번은 해봐야지."
다시 실을 묶는다. 혼신의 정성을 다해서 묶는다.
"엄마 빨리 와. 마지막 시도란 말이야"
나는 딸아이에게 앉으라고 말했다.
"자 아 해야지. 아~~"
"툭"
아들 말처럼 4번 만에 성공했다. 그런데 뽑힌 이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한참을 헤맸다.

나도 뿌듯, 딸아이도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딸아이는 나와 달리 요정이 밤에 와서 뽑힌 이를 가져간다고 믿는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지붕에 뽑힌 이를 던지면서
"까치야. 까치야. 헌 이 가져가고 새 이 주라"고 외쳤는데 말이다.

잠자는 중에 딸아이의 흐느끼는 어렴풋이 들었다.
"엄마. 내가 이빨 요정에게 편지도 써 두었는데 안 왔나봐. 어떡하지."
"아냐. 이빨 요정이 꼭 올 거야"

아침에 딸아이가 깨기 전에 일어나보니 뽑힌 이와 편지가 머리 맛에 놓여줘 있었다.
편지에는
"이빨 요정님. 이 이 가져가고 500원만 주세요."
흠. 용돈을 받더니 돈의 중요성을 알게 된 걸까?
이는 애 엄마가 가져가고 돈을 500원 놓아두었다.

아침에 일어난 딸아이가 내게 달려와 이렇게 말한다.
"아빠. 이 요정이 정말 왔다 갔나봐. 내 편지를 보고 500원도 남겨 두었다."
옆에 있던 아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씩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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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s://guideyou.tistory.com/entry/%EC%82%AC%EC%A7%84-%ED%81%AC%EA%B8%B0-%EC%82%AC%EC%A7%84-%EC%9D%B8%ED%99%94-%EC%82%AC%EC%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