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8일 화요일

눈 내리는 날

눈 내리는 날
 
오늘 대전에 눈이 내렸다. 하얀 눈이 비처럼 빛의 속도로 내렸다. 하지만 따뜻한 날씨탓에 쌓이지는 않았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고 있는데 동료가 딸아이에 아빠가 눈을 내리게 했다고 전화를 해주면 좋아할 거라고 말해줬다.
 
‘내가 눈을 만들어서 보냈다고 하는데 설마 믿기나 하겠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요즘 부쩍 사소한 일에도 나에게 눈 꼬리를 치켜세우는 7살 딸아이 모습이 생각나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다.
 
“황지윤. 눈 오는데 봤어? 이 눈 아빠가 내리게 한거야.”
“뭐~?”수화기 너머로 지윤이의 황당한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진짜야. 우리 지윤이가 하얀 눈을 좋아하니까 아빠가 보내준거야.”
“어떻게?” 이미 목소리는 의구심이 아닌 놀람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빠가 하느님에게 전화해서 눈을 내리게 했어.”
“진짜? 와~~~” 수화기 너머로는 “엄마. 아빠가 하느님에게 전화해서 나 보여주려고 눈이 오는거래. 쏼라쏼라~~”
 
눈의 약효가 하루는 가야할텐데. 기분 좋은 하루였다.

                                          2010년 12월 28일  아빠 황외석












황지윤 - 2010년 산타의 편지





첫 번째 심청이 역할을 정말 잘한 황지윤양에게
 
황지윤양. 안녕. 나는 산타할아버지예요.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지윤이가 심청전에서 첫 번째 심청이 역할을 한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와서 봤냐고요? 아뇨. 정말 궁금하죠? 비밀을 말해줄까요? 말해달라고요? 알았어요.
 
사실, 황지윤양의 학습발표회에 가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이곳 북극마을은 12월이 되면 전 세계 어린이를 위한 선물준비에 무척 바빠요. 그래서 그런데 그날 밤에 지윤이 엄마에게 전화가 왔었어요.“우리 딸이 있는데요. 이름은 황지윤인데요. 오늘 심청전에서 첫 번째 심청이 역할을 너무너무 잘했어요.”라고 막 자랑을 했었어요. 그래서 산타가 알게 되었어요.
 
그나저나, 올 한해 우리 황지윤양이 선물을 받을 만큼 착한 일을 많이 했는지 확인을 해볼까요?
이 산타할아버지의 수첩에 황지윤양은 “예쁨, 가끔은 시샘”이라고 적혀있네요. 자세히 살펴볼까요?
 
“예쁨” : 예쁨이란 아름답다는 뜻이죠? 너의 생각, 말, 행동들이 모두 좋다는 말이죠. 훌륭해요.
 
“가끔은 시샘” : 가끔 지윤이가 오빠를 시샘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군요. ‘엄마, 아빠는 오빠만 좋아해’라고 앙탈을 부렸군요. 이런 너의 모습이 ‘나에게 좀더 관심을 가져주세요’라는 말을 그렇게 표현했다는 것을 산타는 잘 알고있어요. 그래서 이 산타가 엄마, 아빠에게 전화해서 지윤이를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해주라고 했어요. 잘했죠? 이젠 시샘하지 말아요. 알았죠?
 
내년에는 우리 지윤이도 초등학교를 가게 되었군요. 초등학교는 너에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알지 못했든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곳이기에 결코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하긴 많은 사람들이 앞에서 심청이 역할을 멋지게 해낸 실력자 황지윤이므로 자신감이 충만하겠네요. 그나저나 초등학교에 갈수 있을 정도 책도 또박또박 읽고, 글도 예쁘고 크게 잘 적을 수 있죠? 혹시 부족하면 지금이라도 연습하세요.
 
내년에도 기쁨 마음으로 우리 황지윤양에게 선물을 줄 수 있게 늘 건강하고 즐겁게 학교를 다녔으면 해요.
이 산타할아버지가 북극에서 잘 보고 있을께요. 안녕
 
2010년 12월 25일
 
첫 번째 심청이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황지윤이를 사랑하는 북극에 사는 산타할아버지가
 

황수민 - 2010년 산타의 편지




샘머리초등학교에 다니는 황수민君에게
 
황수민군. 안녕. 2010년 한해도 건강하게 잘 살았군요.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기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먼저 충족되어야해요. 첫째, 맛있게 먹어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둘째, 즐겁게 운동하여 육체를 튼튼하게 하고, 셋째, 독서와 생각으로 정신도 튼튼하게 하는게 필요하지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황수민군은 무척 건강하고 멋진 학생으로 자라고 있어 이 산타가 기분이 좋아요.GOOD
 
그나저나 우리 수민군이 선물을 받을만큼 멋진 생활을 했는지 살펴봐야겠어요. 산타의 수첩에는 올 한해 황수민군의 생활에 대해 이렇게 적혀있어요.
“기대 → 실망 → 그래도 희망”.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기대” : 3학년이 된 황수민군에게 엄, 아빠는 기대를 했어요. 황수민군이 공부도, 운동도 모두 모두 잘할 거라고 믿었어요. 왜냐하면 이젠 학교 공부가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죠. 이젠 하고싶다고 하고, 하기싫다고 하지않을 시기가 아니기때문이죠. 서서히 친구들과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는 시점,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기 때문이죠.
 
“실망” : 그런데 황수민군이 주위 사람에게 실망을 주기 시작했어요. 먼저 지난해 산타가 말한 “몰입”을 하지 않았어요. 공부를 집중해서 해야 하는데, 동생이 뭐하나? 하고 온통 관심이 그쪽에 가 있었어요. 동생이 하는 건 쉬워보였기 때문이죠. 동생 일에 참견하면서 정작 자신의 임무는 소홀히 했어요. 이런 공부 태도 때문에 당연히 학년말 시험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았군요. 아빠, 엄마가 속상해 했어요.
 
“그래도 희망” : 황수민군의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할 것이라 믿기에,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기에 ‘희망’이라는 횃불을 높이 들었어요. 위대한 인물들도 모두 어려움을 이겨냈듯이 황수민군도 어려움을 이겨낼 거라 믿어요. 이 산타도 수민군에 대한 희망을 내려놓지 않을께요.
 
벌써부터 2011년도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황수민군에게는 뭐라고 적혀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올해는 작년처럼 길게 적지 않을래요. 이 산타가 좋은 말을 많이 해도 무심히 흘려 보내버리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요. 올해는 황수민군이 공언무시(空言無施)하지 않았으면 해요.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2010년 12월 25일
아직 수민군에게 희망을 찾고 있는 북극의 산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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