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오늘 대전에 눈이 내렸다. 하얀 눈이 비처럼 빛의 속도로 내렸다. 하지만 따뜻한 날씨탓에 쌓이지는 않았다.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보고 있는데 동료가 딸아이에 아빠가 눈을 내리게 했다고 전화를 해주면 좋아할 거라고 말해줬다.
‘내가 눈을 만들어서 보냈다고 하는데 설마 믿기나 하겠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요즘 부쩍 사소한 일에도 나에게 눈 꼬리를 치켜세우는 7살 딸아이 모습이 생각나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다.
“황지윤. 눈 오는데 봤어? 이 눈 아빠가 내리게 한거야.”
“뭐~?”수화기 너머로 지윤이의 황당한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진짜야. 우리 지윤이가 하얀 눈을 좋아하니까 아빠가 보내준거야.”
“어떻게?” 이미 목소리는 의구심이 아닌 놀람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빠가 하느님에게 전화해서 눈을 내리게 했어.”
“진짜? 와~~~” 수화기 너머로는 “엄마. 아빠가 하느님에게 전화해서 나 보여주려고 눈이 오는거래. 쏼라쏼라~~”
눈의 약효가 하루는 가야할텐데.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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