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23일 수요일

삼하는 마을에 태풍이 오다

삼 하는 우리마을에는 해마다 태풍이 옵니다.
 
태풍이 오면 어김없이 마을 앞에 흐르는 강의 둑이 터집니다. 둑은 밤에 터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끔은 낮에도 터집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물난리를 직접 볼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둑이 터지는 모습을 보면, 먼저 억수같은 비에 강물이 매우 빠른 속도로 내려갑니다. 수위는 거의 둑을 넘어올 기세입니다. 이런 상태가 장기간 유지되면, 산을 보면 빗소리만 들리는 것 같은데 강물보면 천지개벽의 굉음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나이 많으신분들의 표현처럼 무섭습니다.
 
저 멀리 제방 안쪽의 농경지에는 벌써 약간씩 물에 잠기기 시작합니다. 멀리서 봐도 나락목아지가 보이지 않는게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 확실하며, 역류한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이때쯤에는 물의 흐름이 눈에 띄게 느려집니다. 동네 어른들은 혀를 차십니다. "어허, 둑 트지것네" 이러시면 오랜시간이 지나지 않아 제방이 나갑니다. 보통 한 50m이내로 뚫립니다.
 
제방난 틈으로 물들이 들어옵니다.  파도가 치거나 유속이 빠르지도 않아 무섭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틈엔가 마을회관 앞까지 물이 찹니다. 낮은 곳에 있는 몇몇 집의 변소에 물이 차서 넘칩니다.
 
마을 앞 뜰은 물이 방방합니다. 순식간에 호수로 바다로 변한것입니다.
 
호기심 많은 형들은 삼 삶는 솥을 떼어다가 배처럼 타보기도 합니다. 동네 어른들은 걱정어린 목소리로 "저, 저, 저 -----."하시며 혀를 차십니다.
 
하지만 어린 저의 눈에는 마냥 멋져 보입니다.
 
중학교때의 일입니다.
새벽에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때문에 학교에서 우리 동네와 윗동네 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말라고 연락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비가 많이 와서 혹시나 지각할까 하는 걱정에 평소보다 빨리 학교간 학생들에게는 학교에서 보낸 연락이 학교를 반쯤간 곳에서 듣게 됩니다. 이미 물이 많이 찬 길을 우회해서 학교를 거의 다왔는데 말이죠. 어찌되었던 이 소식을 듣게 된 중학생들은 쾌재를 부릅니다.
 
일단 우리마을 다리로 돌아갑니다. 우리동네 다리는 아주 옛날 새마을 운동할때 만들어진 다리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모래를 퍼서 시멘트와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증언에 의하면 시멘트가 조금 적게 들어갔다고 합니다. 또한 자갈과 모래, 시멘트가 일정비율로 섞이지 않았다는 것이 교각에 그대로 나타난 다리입니다.

그러나 여타의 다른 동네 다리와는 달리 당시로서는 다리 폭도 크고, 교각도 엄청 크게 만들어졌습니다. 마을에 정부매상이 있는 날이면 대한통운의 빨간색 큰 트럭이 나락을 한가득 실고 지나다녀도 안전할만큼 튼튼하게 지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건축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고 혹시 무너질까 두려워서 최대한 교각도, 상판도 크게 짓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 다리 난간에서 물을 바라봅니다. 시뻘건 황톳물이 요동치며 내려갑니다. 가끔은 참외나 수박도 떠내려 갑니다. 다른 사람들은 소도 떠내려가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만 제 눈으로 본 것 중 가장 큰것은 돼지였습니다.
 
이 난간에 선 중학생들은 놀이를 생각해 냅니다. 마른 재릅땅구를 가져옵니다. 이를 노끈으로 크게 묶습니다. 여러개를 묶습니다.
 
물에 띄워 봅니다. 마른 재릅땅구는 물에 뜹니다. 이렇게 여러 묶음을 만들어 노끈의 길이를 각기 달리해서 다리 난간에 묶습니다.
 
난간에 선 학생들중에서 간이 제일 큰놈이 팬티만 입고 강물에 뛰어듭니다. 시뻘건 황톳물에 말입니다. 모두다 숨을 멈추고 물을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물속으로 사라졌던 학생이 생각보다 멀리서 떠내려가서 물위로 나타납니다. 정신을 차려 재빠르게 재릅땅구를 잡습니다. 이것을 잡고 강둑으로 헤엄쳐옵니다. 한마디로 목숨건 놀이입니다. 이에 질세라 다른 학생들도 차례로 뛰어내립니다. 대부분 그의 같이 장소에서 떠오릅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재릅당구의 길이를 달리해서 길게 느려트려 놓았습니다. 다행히 목숨을 잃은이는 없었습니다. 한두번 뛰어내리면 급격시 힘이 빠집니다. 지나가다 이 모습을 본 동네어른께 혼쭐도 납니다. 그러면 슬그머니 옷을 챙겨 입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참으로 무모한 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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