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까지 "모시"가 "삼베"와 동일한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무식했죠? 모시와 삼베는 다르다고 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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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던 동네는 삼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마을은 성방이라고 부릅니다. 정식명칭은 성방리 우교마을입니다. 이맘때쯤이면 저희 동네는 삼을 삶아 껍질을 벗기기 위해 온 동네 사람들이 밤낮으로 일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삼을 삶아 껍질을 벗기는 모습은 대략 이러합니다.
큰 장대의 끝 부분(전체 길이의 1/3 정도)을 칼처럼 날카롭게 만듭니다.
이것을 들고 삼밭으로 갑니다.
이 큰 장대를 삼 사이에 넣고 하늘을 향해 세게 쳐 올립니다. 그러면 삼의 이파리들이 후두둑후두둑 떨어집니다.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장대질을 하는 거라 급격히 피곤해집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햇살이 따갑습니다. 삼잎에서 나는 열기와 냄새는 쉬 피로해져 자주 쉬게 됩니다. 몽롱해지죠. 이렇게 장정들은 삼잎을 털고, 아낙들은 낫으로 이것을 벱니다.
그리고 볏단보다 조금 더 크게 묶습니다.
이렇게 묶은 단들을 모아 아주 큰 솥에 넣습니다.
이 솥은 사각형입니다. 아주 큰 사각형인데 가로 3m, 세로 1.5m, 높이 0.5m정도 될 겁니다.
이 솥을 아주 큰 아궁이에 겁니다. 이 아궁이는 돌과 황토로 만듭니다. 이 아궁이는 강 바로 옆에 있습니다. 아궁이가 걸린 솥에 물을 붓습니다. 아버지와 아들들이 양동이로 쉼없이 퍼 날라야 합니다. 어느 정도 물이 찼을 때 삼단을 솥에 넣습니다.
번갈아 가며 잘 쌓아 올립니다. 틈틈이 물을 부어 마르지 않게 합니다. 보통은 한 2.5m정도 되게 쌓아 올립니다. 김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비닐로 꽁꽁 덮습니다.
마지막으로 불을 지핍니다. 거의 12시간정도 불을 지핀 것으로 기억됩니다. 오후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마을 아저씨들은 밤잠을 안자고 계속 불을 지핍니다. 지난 겨울에 해두었던 땔감의 1/3은 이곳에서 상용합니다. 아이들은 들 수도 없는 아주 긴 쇠로 된 무거운 부지깽이를 들고 말입니다.
아침에 학교를 가다보면 어제 나의 키보다 높던 높이가 절반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습니다.
한나절정도 식힌 후 껍질을 벗깁니다.
껍질은 남녀노소 마을 사람 모두가 벗깁니다. 삶은 삼단이 뜨끈뜨끈할때 가장 잘 벗겨집니다. 햇볕에 말라 잘 벗겨지지 않으면 물을 뿌립니다. 아이들은 보통 한단정도만 벗깁니다. 이렇게 일하는 척만 하고 난후 재에 넣어두었던 감자를 먹고 일단 배를 채웁니다.
삼에서 껍질을 벗겨진 후의 가지를 재릅땅구라고 부릅니다. 여기저기 살펴보면 유독 두꺼운 재릅땅구가 있습니다. 이를 적당한 크기로 꺾어서 가져옵니다. 다른 녀석들도 가져옵니다. 자신이 가진 재릅땅구가 더 튼튼하다며 엿치기 하듯이 서로에게 내려칩니다.
보통 밑동 부분에 가까울수록 부러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손에 쥐어지는 쪽이 약합니다. 먼저 치는 녀석이 냅다 손잡이 가까운 부분을 내려치면 여지없이 부러집니다. 잘못하다 손을 내려치기도 하는데 이때는 난리가 납니다. 하지만 곧 수습됩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동네 어른들까지 모두 다 밤늦도록 껍질을 벗깁니다. 모기에 물려가면서. 이렇게 성방의 초여름의 밤은 깊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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