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일 토요일

음식이 정말 맛있네요



 

음식이 정말 맛있네요
 
 
어제 저녁 식사시간이었다. 내가 그렇듯이.
아이들은 어제 맛있는 반찬이 없다고 투덜거렸다.
 
요즘 들어 가끔 큰 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밥을 먹고 오는 경우가 있기에
불현 듯 친구네 집에 가서도 우리 집에서 하는 행태를 보이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슬쩍 물어봤다.
"친구네 집에 가서도 반찬 없다고 투덜거렸니?"
"그래. 너 또 눈치 없이 맛없다고 남기고 한 것 아니니?"
옆에 듣고 있던 아내가 거들었다.
 
아이는 눈을 크게 뜨며,
"아니야. 내가 그렇게 눈치 없는 줄 알아?"
"언제 00네 집에 갔었잖아?
친구네 엄마가 카레를 해 준거야.
그런데 카레에 내가 싫어하는 버섯이 들어 있는 거야.
그것도 아주 많이.
먹는데 아니나 다를까 맛이 없어."
 
"내가 뭐랬는지 알아?"
"'오 음식이 정말 맛있네요'하고 맛있게 먹었어."
 
"독버섯처럼 못생긴 것을 밥 속에 숨겨두었다가
친구네 엄마가 먼저 일어서는 것을 보고 친구한테 몰래 넘겼지. ㅎㅎㅎ"
 
"뭐든 잘 먹어야 돼. 그리고 남의 집에서 먹을 때는 특히 더 신경 써서 먹어라"
 
 
눈치 없고 늘 어리다고만 생각한 녀석이 나름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오늘부터 5학년이 되었는데 잘 하겠지.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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