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들 녀석이 일기를 쓰는 모습에서 어릴적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일기를 거의 적지 않았지만 방학이 끝나갈 무렵이면 어김없이 몰아치기 일기를 적을때도 있었다. 그런 일기를 적으면서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아마 내일도 똑같이 놀다가 잘 건데, 정말 똑같은 일과일텐데 일기장에는 도대체 뭘 적어야지?'하는 걱정을 하였다.
아들 녀석도 "아빠, 오늘 적을께 없는데. 일어나서 학교가고, 수업받고, 집에와서 놀다가 숙제하고. 이게 단데 뭘 적지?"
이를 때면 나 자신도 실천하지 못했던, 지금도 실천하지 못하는 말들을 마구 쏟아낸다.
"아주 작으마한 일, 또는 어제와 똑같은 일일지라도 그것을 할때 너의 느낌, 생각을 적으면돼. 음 무지개 만드는 프리즘 있지. 그것처럼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하도록 노력해봐"
이렇게 말은 하지만 솔직히 찔린다.
아들은 몸을 배배틀다가 드디어 일기를 다 적었다며 자랑스럽게 일기를 보여준다.
괴발개발 적은 아들의 일기장에는 명확한(?) 두가지의 아들 생각이 적혀져 있다.
"~~~했다. 좋았다." 또는 "~~~했다. 안좋았다."
먼 훗날 아들녀석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일기를 쓸때면, 그때는 지금의 모습보다는 나은 모습이 연출될 수 있을까하고 상상해본다.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하는 즐거운 상상이다.
2010.03.19일
2010년 3월 18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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