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눈은 한정없이 게으른기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농사를 많이 지으셨고 그래서 논이 많았다.
동네에는 골짜기가 깊어 “정골”이라고 부르던 곳에 우리집 논이 6마지가 있었다.
들에 있는 논들은 제수제방이 잘 되지 않아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오면 물에 잠겨, 어머니의 말씀을 그대로 옮기자면 “물에 몸서리가 쳐져서”, 일부러 물이 차지 않는 논은 구하다보니 사게 된 곳이 정골논이였다.
그 논은 여러 또가리-쪼가리-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 중 가장 작은 논은 우리가족이 손수 모내기를 하곤 했었다.
그 논의 모습은 길이가 길고 폭이 좁은 직사각형에 가까운 형상이였다.
모내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신이 나서 즐겁게 하다가, 슬슬 허리가 아파오면 고개를 돌려 얼마나 남았는지 자꾸 뒤를 돌아보곤 했다.
좀더 시간이 흐르면 못줄 넘어가는 속도가 느리다고 투덜거리며 슬슬 짜증을 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못줄은 몇 번을 넘기면 끝나려나? 세어볼까? 못줄의 폭은 내 발자국 크기와 거의 같으므로 셀 수 있겠구나.’
모내기를 하다말고 나는 논두렁으로 달려가 내 발자국을 총총히 놓아보았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 말씀
“사람 눈은 한정없이 게으른기다. 부지른키는 손이 부지른코.”
요즘 할머니의 말씀이 자주 생각난다. 손이 부지른해야하는데.
2009년 7월
댓글 1개:
emm. amazing thre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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