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과 꽃다발
어제 아들 녀석이 며칠 후 있을 졸업식에 참석하여 ‘졸업식 노래’를 불러야 하기에 연습 때문에 놀지 못했다고 투덜거렸다. 졸업식 시즌이면 내가 경험했던 졸업식 꽃다발 사건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꽃다발을 주고받는다. 특히 졸업시즌은 모르긴 해도 연중 가장 많은 꽃다발을 주고받는 시기일 것이다. 예쁜 꽃으로 장식된 꽃다발은 주고받는 사람 모두에게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선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이 예쁜 꽃다발이 살짝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내가 대학교 1학년이 되던 해에 막내 동생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그 초등학교는 시골학교라 아이들도 몇 안 되고 시내나 읍내와는 많이 떨어져 있어 졸업식이라고 꽃다발을 파는 상인이 오지도 않는다.
막내 동생의 졸업식을 맞이하여 나는 진주 시내에서 예쁜 꽃다발을 샀다. 꽃다발을 들고 시외버스를 타고 초등학교로 갔다.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학교였다. 내가 다니기도 했던 초등학교인데 역시나 정문에 걸린 플래카드 한 장만이 오늘 졸업식이 있다는 것을 알릴뿐 다른 어떤 것으로도 졸업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난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장에 들어섰다. 졸업생도 몇 명 되지 않는데 졸업식 축가를 불러줄 후배들도 역시 많지 않았다. 난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주위를 살펴보았다. 화려한 꽃다발을 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내가 가진 꽃다발이 가장 화려하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몇몇 아이들이 꽃다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만 내가 보아왔던 화려한 꽃다발은 아니였다. 그들은 사철나무와 갈대를 이용하여 아주 작고 소박한 사철나무 꽃다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투박하긴 하지만 추운 날씨에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언니 오빠들을 위해 정성을 다하여 만들었으리라.
사철나무 꽃다발을 가진 아이는 내가 가진 꽃다발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내가 가진 꽃다발이 부끄러웠다. 마치 내가 가지고 온 꽃다발이 그 졸업식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사철나무 꽃다발은 정성과 사랑으로 만든 작품이었다면, 내가 가진 꽃다발에는 정성은 그들만 못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졸업시즌이 다가오면 그날 졸업식장에서 본 사철나무 꽃다발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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