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이 뽑은 날
어제 오후 찌는 듯한 늦여름의 더위를 느끼며 딸아이의 이를 처음으로 뺐다. 사실 아침부터 아니 전날 저녁부터 이를 뽑아주겠다고 그렇게 꼬드겼으나 이를 완강히 버티더니, 제 엄마의 감언이설 설득에 넘어와 아빠에게서 이를 뽑기로 했다며 내 앞에 앉았다.
흔들리는 앞 이에 실을 묶고 순간적으로 낚아챘으나 실패했다. 너무 느슨하게 묶은 것이다. 처음의 실패로 아이는 더 긴장하고 바짝 얼어붙어 있었으나 나는 덤덤히 두 번째 도전을 준비하였다. 첫 번째보다 깊숙이 실을 넣어서 꽁꽁 묶었다. “지윤아. 진짜 안 아프게 빼줄게”라며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주위를 환기시키면서 아이가 한눈판 사이에 잽싸게 실을 낚아챘다. 툭하고 이가 빠졌다. 온전하게 잘 빠진 이에, 아이도, 아빠도, 못미더워하던 엄마도, 나의 첫 마루타였던 아들 녀석도 신기해하면서 뽑은 이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 실은 일단 묶었습니다. ] |
그러고 보면 첫 아이의 첫 이 뽑는 날이 생각난다.
땀을 뻘뻘 흘리며 낑낑거리면서 준비를 하였다. 잘해야 한다는 긴장감에 실을 너무 세차게 낚아채는 바람에 뽑힌 이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이후 그 뽑힌 이는 결국 찾지 못했고 이로 인해 첫 아이에게 혼난 적이 있다.
딸 아이는 베게요정에게 헌 이를 줄 거라며 소중하게 챙겼두었는데 막상 잘 때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내가 대신 이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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