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예쁜 숙녀로 거듭나는 공주 지윤이에게
지윤아, 너의 아홉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진짜 진짜 축하한다. 아빠는 매년 이렇게 축하 편지만 보내는데 다음부터는 선물만 보내면 어떨까? 왜냐하면 편지를 쓰기 싫어서가 아니라 네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이 편지지가 너무 작아서 말이야. 하하하^^
네가 태어나는 날 아빠와 오빠가 우리 집에서 제일 예쁘고 깨끗한 옷을 입고 너를 맞이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홉 살이 되었구나. 아빠는 ‘튼튼하게 잘 자라줄까’를 걱정하고, 오빠는 ‘오빠 말을 잘 들을까? 오빠 장난감을 다 가져가면 어떻게 하지?’하며 기대했었다. 꼬물꼬물 거리는 너의 손발을 보며 신기해했는데 이렇게 멋진 친구로 자라줘서 고마워. 그것도 오빠의 지나친 사랑과 구박 속에서도 꿋꿋이 말이야.
언젠가 네가 아빠의 편지에서 제발 “밥 좀 많이 먹어라!”라는 말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지. 오늘 이 말을 쓸까말까 고민했는데 안 쓰기로 할게.
대신 밥은 많이 먹어야 한다. 그래야 튼튼해지지. 하하하^^
아빠가 언젠가 읽었던 글 중에서 옛날 조선시대 선비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 중에 이런 문구가 생각나는구나.
‘부인. 블라블라~~~.
여름이 다가오니 딸아이의 옷감을 새로 보냅니다. 푸르게 변하는 나무처럼 청색으로 물을 들인 후 옷을 만들어 입히면 정말 예쁠 거라 봅니다.
블라블라~~~.’
이렇듯 옛날 선비도 딸아이의 옷을 어떻게 입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냈어.
그래서 아빠도 예쁜 우리 딸이 어떻게 옷을 어떻게 입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싶어. 왜냐하면 아침마다 엄마랑 옷때문에 싸우잖아. 아빠는 네가 런닝을 꼭 입었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런닝은 땀이 나면 이것을 흡수해 주거든. 그래야 피부도 부드러움을 유지하고, 건강해지거든. 그렇게 해줄 수 있지? 그리고 조금은 불편하지만 예쁘고 깨끗한 옷을 많이 입으면 좋겠어. 아빠는 우리 딸이 다른 아이보다 더 예쁜 모습 이였으면 좋겠거든.
100독서도, 학교도, 운동도 열심히 하는 예쁜 딸 지윤아.
지금의 네 생활 모습을 보면 정말 정말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해주고 싶어. 아빠가 기대했던 딸의 모습보다 훨씬 더 멋진 모습이야. 그렇지만 너의 모습에 조그마한 아빠의 부탁이 있는데 들어볼래?
뭐냐 하면 오빠를 조금만, 아주 쬐끔만 더 배려해주면 안될까? 지금 못하고 있냐고? 아니야. 물론 지금도 정말 잘하고 있어. 하지만 요즘 오빠가 머리가 굵어지고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시기잖아(사춘기 알지?). 그래서 가만 보면 네게 괜히 짜증내고, 널 못살게 굴기도 하는 모습이 보이거든. 아빠가 말하는 배려는 양보하라는 말은 아니야. 오빠에게 소리를 ‘꿱’ 지르지 않고 조금만 좋은 말로 조곤조곤하게 대해 줬으면 해. 그렇게 한다면 책을 많이 읽은 오빠이기 때문에 네게 잘 해줄 거라고 봐. 알았지?
다시 한 번 지윤이의 아홉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케이크 자르고 생일 축하노래도 하자구나.
지윤이의 열 번째 생일에는 더욱 멋진 모습 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2012년 5월에 아빠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