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열차타고 대전에서 부산까지, 그리고 롯데는 승리했다.
<시작>
휴가와 방학을 맞이하여 요즘 야구에 한참 빠져있는 수민이와 함께 롯데자이언츠의 경기를 대전이 아닌 부산에서 보기로 했다.
대전 구장에서 1년에 몇 번 야구를 보곤 했는데 올해는 한화가 마리한화라를 별명답게 아주 자주 매진에 되는 바람에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는 입장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한 번도 야구장에 가서 야구를 보지 못했다.
늘 그러하듯, 예전에 내가 야구장 데려가고 야구 규칙을 알려줄 때만 하더라도 시큰둥하던 수민이가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의 영향으로 근래 들어 야구를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야구 응원 문화의 본고장인 부산으로 직접 가서 보기로 결정했다 아내가.
<무궁화 열차>
대전에서 부산까지 어떤 교통편을 탈까 고민하다고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KTX? Oh no~~. 너무 비싸.
새마을호. 음 가성비가 좋지 않음.
그래서 낙찰된 것은 무궁화호.
무궁화호는
대전 역을 출발하여
옥천 역을 들렀다가
영동 역에서 쉬었다가
황간 역을 찍었다가
추풍령 역에서 앉았다가
김천 역에서 다리를 풀었다가
구미 역을 찍고
왜관 역을 스치듯 찍고
대구 역을 빼꼼히 내다보고
동대구 역에서 잠시 목을 풀었다가
경산 역에서 사람을 보내고 맞았고,
청도 역에서 황소의 파이팅을 보고
상동 역에서 눈을 풀었다가
밀양 역에서 아리랑을 불렀다가
원동 역에서 차가운 물을 한잔하고
물금 역에서 쉬었다가
화명 역을 잠시 들렀다가
구포 역을 지나서
부산 역에 마침내 기어코 도착하고 말았다.
<기억의 오류>
내 기억에 부산역에서 남포동역까지는 멀지 않았다. 걸어서 10분 남짓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남으므로 자갈치시장을 잠시 보는 것으로 계획했다. 그런데 내 기억에는 오류가 있었다. 부산역에서 자갈치시장까지는 무더운 여름날 걸어가기에는 멀었다.
중간에 계획을 수정해서 지하철을 탔다.
시간이 빠듯하다. 자갈치 시장에서 모자를 사고 주인아주머니에게 맛있는 식당을 여쭈어 봤다.
“돼지국밥 좋아해예?”
“네 좋습니다.”
“그라믄 저쪽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돼지국밥집 있습니다. 맛있다카다예.”
아주머니가 알려주신 국밥집에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고 사직야구장을 향해서 출발했다.
돼지국밥의 맛은 ---> 맛있다.
<너 본지 오랜만이다. 사직야구장>
연산역에서 갈아타서 사직 역에서 내렸다.
지하철 입구에서 사직야구장이 보이지가 않았다.
옆에 보이는 여학생에게 물어보는데 대답이 쎈찮다. 바로 패스.
대충 어림짐작 하고 가다보니 야구장이 보인다.
거의 10년은 넘은 것 같다. 사직야구장에 와본지. 흠. 역시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응원도 열심히. 뭐든 열심히>
웬만하면 잘 오지 않는 1루 측 좌석. 치어리더도 보이는 장소다. 박기량이를 볼 수 있으려나하는 궁금증도 잠깐. 치어리더 4분은 너무 닮아서 아니지 정확히 박기량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해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대전에서 느끼던 응원문화와는 다른 모습에 수민이가 약간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응원도 열심히. 뭐든 열심히”
응원은 어떻게? 음악에 맞춰서.
신나게 응원하고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치킨 먹을 때도 응원단장 눈치 보며(?) 먹어야 하지만 신나게 응원하고.
못 보던 응원도 봤다.
상대편 투수가 3볼일 때 쓰는 응원.
“상대편 투수가 지금까지 야구하는 동안 지금이 가장 쪼리라”면서
“쪼리라, 쪼리라”라고 주문을 건다.
(달이다)
<그래서 2015년 7월 29일 사직야구장의 결과는>
연장전에 갔다. 기차 출발시간은 부산역에서 23시 10분이다.
안전함을 택한다면 22시 30분에는 택시를 타야한다.
그런데 10회 말 롯데의 공격인데 22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그러면 사직구장 출발 마지노선은 22시 40분이다.
LG의 이동현 투수가 못내 아쉬워하며 내려오고 봉중근선수로 교체되었다.
1사 1루와 3루에서 박종윤 차례. 뭔가 일이 날 것 같다.
“까아아아아앙”
“와아아아아아”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외야로 날아갔고 있었고, 팬들의 함성도 그 공에 실려 가고 있었다.
나와 수민이는 1루를 지나는 박종윤을 향해 달려가는 롯데 선수단을 뒤로한 체, 택시를 향해 달려갔다. 시간은 22시 40분이 조금 넘긴 상황이었다.
택시 안
우리는 졸지에 롯데 경기를 보기 위해 대전에서 달려온 롯데의 골수팬이 되었다.
택시 기사 아저씨 덕분에 부산역에 무사히 Safe.
이렇고 롯데 경기 관람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