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愚公移山)과 우성이산
몇 주 전 봄기운을 느끼고자 가족들과 가까운 산을 오르기로 했다. 봄을 찾아 산에 오르지만 혹 예상치 못한 추위에 난처해질 수 있으므로 두꺼운 옷을 벗어버리지는 못하고 허리에, 가방에 매달고 올랐다. 아주 나지막한 산이다. 정식으로 산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는 높이인지도 의문이지만 사람들은 산이라 부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을 오르다보니 어느덧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그려진 산의 지형도를 읽었다.
“우공이산의 지형도”
순간 내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면 내가 익히 들어봤던 고사 성어잖아.’
옛날 중국에 우공이라는 사람이 결국 산을 옮겼다는 아주 유명한 고사 성어인데 그 산이 중국이 아니고 한국에 있는 건가? 도대체 우공이산이 왜 대전에 있는 거야?’
산을 내려오면서 우공이산(愚公移山)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었다.
‘우공이 산을 옮기다가 나르던 흙이 이곳에 떨어졌어 이름을 이렇게 붙였나? 아니면 사람들이 잘 기억하라고 고사 성어를 그대로 따와서 이름을 지었나?’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인터넷에 이름의 유래를 찾아봐야겠다. 참 이상하네.’
집으로 오는 차에서 아내에게 물어봤다.
“오늘 갔던 산의 이름이 우공이산(愚公移山)이잖아. 왜 산 이름을 그렇게 지었을까?”
“뭐라고? 오늘 갔던 산은 우성이산인데. 우공이산은 어디서 나온가야?”
“어? 분명 우공이산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아니야. 우성이산이라고 적혀 있었어.”
결국 나는 ‘우성이산의 지형도’를 ‘우공이산의 지형도’라고 읽은 것이다.
아직도 의문이다. 왜 나는 우성이산을 우공이산이라고 읽었을까? 보이는 것을 제대로 못 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는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일까?